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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며
herenow999
2025. 7. 15. 09:35
이번 여름은 유독 행복했던 여름의 기억이 많이 떠오른다.
명상을 하면할 수록 감정을 수용하면 할 수록
지나간 날들이 괴로웠던 흑빛을 걷어내고
찬란했던 아름다운 감정만 남기는 것 같다.
지금처럼 맹렬한 무더위가 아니었던 내 중학교 시절 여름은
아름다웠다. 학교를 다녀와 끈적해진 얼굴과 목을 닦아내고
선풍기 앞에 앉으면 무더위의 오후도 시원한 바람에 노곤해졌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냉장고에서 꺼내온 신선한 토마토를 한입 베어물면
토도독하고 터져 나오는 상큼한 즙이 눅눅했던 입안을 상쾌하게 적셨다.
그것을 씹어 삼키는 내내 느껴지는 즐거움은 지금도 입안이 시다.
곧이어 멍하게 몰려오는 졸음을 물리치지 않고 그대로
시원한 바닥에 팔을 베고 누웠다.
거실로 비춰 들어오는 여름의 햇빛이 색이 조금 변해있다.
매미들은 자장가처럼 일정하게 울어댄다.
매미의 소리를 따라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무를 찬찬히 훑어보지만
매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 것이 내가 기억하는 아름다웠던 여름의 한 장면 이다.
이 기억을 조금씩 꺼내보면
가슴이 벅찬다.